무력한 구원자 예수
'무력"이라는 단어와...
'구원자'라는 단어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어렸을 때..
캐롤이 울려 퍼지는 성탄절이브만 되면
텔레비젼에서는..
예수님에 관한 영화를 종종 방영했다..
막연하지만 강렬하게...
예수님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밤 늦은 시간이 되어도..그 영화만은 꼭 챙겨 보곤 했다....
그런데..
클라이막스로 치달아 오를 때...
더 깊은 몰입으로 나를 이끌어야 할 영화가...
오히려....나의 짐중력을 떨어뜨렸다...
채찍에 맞아 온 몸에 상처 뿐인 예수님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완전히 무력한 모습으로..
골도다의 언덕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나는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오른......불만어린 생각 한 조각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무슨 예수님이 저래..
우리를 구원하시려면.....
나쁜 사람들을 없애버릴만큼 힘도 세고 강해야지..
무슨 예수님이 저래...
오히려 나쁜 사람한테 힘없이 당하고..
저렇게 힘이 없어서 누구를 구원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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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로 오신 예수님은...
그렇게 무력했다..
어린 나의 눈에도 다 비쳐질만큼..
어린 나의 생각에도 다 깨달아질만큼...
무력감...
사실...
사람이라면 가장 견디기 힘든 느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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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수님은...
스스로..자신의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셨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은..
사역과 말씀의 가르침을 통해...
엄청난 성공과 명예와 인기를 얻은 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그로인해...
철저히 실패하고 외면당하고 빼앗기고 짖밟힌 분이었다...
매순간..
자신을 무너뜨리는 ..
철저한 무력감과 마주하셔야 했고..
무력의 절정지인 죽음의 자리까지..
스스로를 내어 주어야 했던 구원자...
그가...바로...예수님이셨다...
그러나...
자신의 무력감을 극복하려고..
권력이나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무력함으로 죽어가신 분....
바로...그 분이 예수님이셨다...
실로...
예수님은....
자신을 무력하게 만드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또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
자기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무언가를 하거나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의탁하신 일을..
끊질기고 끊질기게 행하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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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그 죽음의 자리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몸둥아리를 의지하며...
매달린 예수님을 향해..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조롱하듯 외쳤다..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그러면 우리가 믿겠다...
다른 사람은 구원한다 하면서..
어찌 너 자신 하나 구원하지 못하는가?"
사람들은 보고싶지 않았을 것이다...
십자가에서 무력하게 죽어가는 구원자를 ...
오히려..그들이 보고싶어했던 것은....
힘있고 능력이 있는 구원자.....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능히 구원해 낼 수 있는...
강한 권력을 가진 구원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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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수님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분은..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나 수고도 하지 않았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기적과 능력을 보고
따라오던 수 많은 무리들이...
그 분의 말씀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하나 둘 떠나갈 때도..
군대 귀신 들린 사람을 치유하였음에도..
그 동네에서 떠나기를 간구하는 사람들의 요청을 들었었을 때에도...
진리의 말씀을 선포하였음에도..
공공연한 비난과 정죄를 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었을 때도..
죽어도 예수를 쫒아가겠다는 제자들이..
배신과 부인을 마다않고 예수를 저버렸을 때도...
죄없는 자신에게 죽을 죄를 뒤집어 씌우는 음모로...
억울하게 십자가의 처형이 내려졌을 때도.....
가장 실패한 바라바 보다도 더 못한 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때에도...
사람들이 조롱하고 침을 뱉고 채찍으로 살을 찢어낼 때도...
자신의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옷을 벗겨 공개된 자리에 수치스럽게 매달아 놓았을 때도...
손과 발에 못을 박고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
고통과 죽음의 자리인 십자가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내버려 두었을 때도..
예수님이...
항상 마주하고 서계셔야 했던 곳은...
무력감의 한 복판이었다.......
그러나...그 분은...
자신이 철저하게 무력한 자임을 증명해는..
그 고통의 자리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
더 쉽고 간단하게 말씀을 설명하지 않았고..
죽을만큼 죄를 짓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항변하지도 않았으며...
떠나는 제자들을 붙잡고...
'너희들이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냐?고 호통치시지도 않았고...
채찍을 내리치는 사람에게 더 큰 심판이 내려지도록 기도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감히 자신의 옷을 찟고 벗기지 못하도록 어떤 힘도 사용하지 않으셨으며...
자신이 구원자이심을 믿게하려고..십자가에서 내려오시지도 않았다...
아이러니한 것은....바로 이것이다...
예수님은..
항상 자신을 절망케하는 무력감과 마주하셨지만..
결코 ... 그 상황에서...
무력감에 압도당하시지도 않았고..
그렇게 치명적 고통을 주는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권력이나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았고...
어떤 힘도 사용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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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요즘 힘들다..
요즘...나는 이 지겨운 무력감과 싸우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
내 말을 잘 경청해주고 이해해주지 않을 때...
외면당하고 거절당할 때...
하나 둘씩 사람들이 떠나갈 때..
어느 누구하나 연락오는 사람들이 없을 때...
가난하게 사는 것 같을 때....
아무 능력도 없는 것 같을 때...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수군거릴 때...
나는...
무력감과 마주하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꾸...나의 힘과 권력을 휘두르고 싶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무력하지 않다."고....외치면서 말이다..
이 무력함의 깊은 늪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면 애쓰고 수고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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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수님은...
가장 극심한 무력의 상황에서조차...
빠져 나오려는 어떤 시도나 수고도 없이
그대로....그대로...
무력한 그 모습 그대로 서 계셨다...
나처럼..
무력감을 주는 상황에서..
스스로 빠져 나올 힘이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었지만...
말만 하면..
하늘의 천군천사를 움직일만큼 권력을 가지셨던 분이었지만..
예수님은...
그 무력함을 철저히 끌어 안은 체...
그렇게 십자가에서 ..
무력함의 최절정인 죽음을 맞이하시기로 작정하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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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예수님은...
힘과 능력과 권력이 있으면서도..
무력감을 주는 상황에서..
무력감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끌어 안고 계셨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예수님이...
하나님을 아셨기 때문이고..
그 분을 신뢰하고 의지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철저히 무력한 자가 되기로 하셨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대신...
하나님께서 구원하시도록..
스스로 살아내는 대신...
하나님께서 살리시도록...
자신을 거침없이 믿음으로 하나님께 의탁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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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의 구원자 예수님은..
철저히 무력한 분이었다..
죽기까지 무력한 분이셨다..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
자신이 얼마나 위대하고..
자신이 얼마나 큰 권력을 소유하고..
자신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러 오신 분이 아니었다..
그 분은 오히려...
모든 사람이 ..
자신의 힘과 권력과 재물과 능력을 의지하지 않고...
철저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무력한 존재가 될 때...
하나님의 힘과 능력으로...
그들이..
어떠한 구원을 받는지..
어떻게 부활의 생명을 소유하는지..
얼마나 풍성하게 되는지..
믿음으로 살아내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러 오신 구원자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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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믿고...
죽기까지 무력해지는 자만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얻게되는 부활의 능력을...
하나님을 믿고...
철저히 낮아지는 자만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높힘을 받는 은혜를..
하나님을 믿고..
철저히 가난해지는 자만히..
하나님의 능력으로 부요해지는 풍요를..
어떠한 믿음이...
우리를 죄와 고통의 매임과 묶임에서..
자유케 할 수 있는지를..
믿음으로 얻는 구원이 무엇인지를
삶으로 전해주시는 분...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에게 오신 구원자...예수님..
그래서..
그 분은..철저히 무력한 분이 되었다...
무력한 구원자 예수...
우리는..
그 분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생명에 이를 수 있는 길을 보게 되고...
영원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무력한 구원자 예수를 통해서만이....
그리고 ...
예수님은 지금도..
그러한 무력함만이...
철저히 하나님을 의지해서...
거침없이 자신을 무력한 존재로 ..
죽음의 자리에까지 내려놓은 그러한 믿음만이..
하나님이 어떠한 분인지를 보게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한다고..
큰 소리로 우리에게 외치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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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우리에게
세상에서의 걱정없는 삶...
즉 ..안전과 풍요와 건강한 삶을 약속하시지 않는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사라지게 하시고 해결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시지도 않는다..
모든 고통과 환난에서 건져주시겠다고 약속하시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상황과 환경을 통해...
고통과 문제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연약하고 무력한 자인지를 보게 하신다...
하나님만 의지하고 바라볼 수 없게 만드신다..
하나님만이 유일한 소망이심을 고백하게 하신다..
그래서.
거침없이 목숨을 걸고...
하나님께 삶을 맡기는 진정한 믿음의 길을 가게 하신다....
더 이상 인간 자신의 힘과 능력과 권력과 재물로..
스스로의 생명을 구원하는 삶이 아닌...
온전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할 때..
주시는 진정한 구원과 부활의 생명을 맛보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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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의 보편적인 열등감·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우월의 요구라고 하였다.
즉.. 그는..
모든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
열등감과 무력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노력을 통해...
인격이 형성되고 사회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너무 강하여 자신의 결점을 보완할 수 없게 되면....
과도한 우월심리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되고....
우울과 의욕을 억제할 수 없게 되어 우울증 등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들러가..
열등감 또는 무력감을..
인간의 존재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하고..
그것을 극복해야 하고 보완해야 할 핵심적 고통으로 연긴데는..
그의 인생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만큼..열등감 혹은 무력감이..
인간에게 중요하고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