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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하나님

고통에 대한 반응의 진보

오늘도 여전히.... 남편이 잠을 깨웠다..

"은숙씨 일어나야 될 시간이야....4시 30분.."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남편의 음성이 아주 멀리서 들려 오는 듯하다.

아~~이 포근한 침대에서 딱 30분만 더 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게 했다.

고통이다....그런데 남편을 보니 벌써 양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참 부지런한 사람이야...'

마음 속에서는 남편의 부지런함에 대한 찬사와 함께.... 내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책망의 소리가 함께 뒤범벅되어 있다.

 

나는 침대에서 빠져 나오느라 좀 애를 먹긴 했지만, 어쨋든 거실로 나가서 시원한 물을 들이켰다. 이제야 잠이 좀 달아난 것 같다.

화장실에 가서 차가운 물에 세수를 했다. 그래야 잠이 달아난 비어진 공간을 번쩍 든 정신으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

(시원한 물은 이렇듯... 나의 잠을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했다.

매주 주일 아침이면... 나는 여느날과는 다르게 화장을 한다.

주일 날은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고,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기 때문에 시간활용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남편에 대한 각별한 배려도 아끼지 않아야 하는 날이다.

남편이 하나님의 예배를 집례하는 날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화장을 마치고 새벽예배에 갔다.

오늘 새벽도 어김없이 하나님의 은혜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나의 마음에 작은 흥분을 가져왔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시작될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벽성가대의 묵도송을 시작으로 예배가 개회되었다.

"~~피난처 있으니.~~...."

정말 가슴을 뭉클케하는 아름다운 찬양이다.

목사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축도를 통해 예배가 마쳐졌다.

 

이제 자유로운 기도의 시간....

나는 어쨋든 이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비록 어떤 때에는 하나님의 품에서 깊이 안식하면 새근새근 잠이 들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잠이 들던지 아니면... 온 힘을 다해 기도를 하던지....

내가 하나님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에게는 신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어제 아침 손님을 치루고, 이것 저것에 신경을 쓴 일이 많았기 때문인지...

자유로운 기도의 시간... 처음 10분은 편안한 안식과 달콤한 잠으로 출발되었다.

그러나 이내 나는 하나님께 최선의 아름다운 간구를 드리기 위해 마음을 다시 잡았다.  

 

이것 저것을 위해 기도하는데...내 안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는 하나님이 너의 내면을 깨뜨리기 위해 고통을 허락하신다면....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에게 모든 것을 협력하여 선한 것으로 바꾸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하나님의 능력과 선하심을 신뢰함으로서..  주어지는 고통에 기쁨으로 순응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고통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반항하면서... 나는 고통을 받을만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까 이 고통은 내가 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면서 분노하는 마음으로 반응할 것인가?"

고통에 대한 생각이 나의 마음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자....

나는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하나님의 고통이 나에게 주어질까봐...벌컥 겁이 났다.

'만약, 나에게 극심한 고통이 처해 진다면 과연 나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통가운데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 어떤 사람은 우리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고통을 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그 고통이 그 사람에게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 관점과는 상관없이...고통은 우리의 삶에 조용히 들어와서 우리를 점차적으로 파괴시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통이 파괴시키는 대상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반응에 따라 두가지로 나누어 진다는 것이다. 하나는 외면적인 파괴이고 또하나는 우리 내면의 깨어짐에 의한 파괴이다.

물론 우리에게 희망찬 미래와 소망을 주시기 원하는 하나님의 목적은 우리의 내면과 마음의 깨어짐을 통해 하나님의 완전한 형상을 우리안에서 회복하시는 것이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와 마음에 의해 고통은 하나님으로부터 우리를 도망가게 하여 단지 외면적이고 육체적인 황폐함과 파괴만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통해 단지 외면적인 파괴만 일어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좌절과 낙심과 절망만을 안겨 줄 것이다.

 

아직 나는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고통에 대해 열려진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주님이 나에게 허락하시는 고통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는 통로로 사용되길 원합니다. 내가 그 고통가운데 서 있어야 한다면, 하나님의 ㅣ말씀과 하나님의 성품을 신뢰함으로 말미암아 기쁨과 평강안에서 그 고통을 맞이하게 하시고..순응하게 하시며.....그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소서...

다니엘의 세 친구가 뜨거운 풀무불가운데에서 주님의 완벽하고 철저한 보호하심을 경험한 것처럼...내가 극심한 고통에 처하여 있을 때에.....그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하나님을 떠나는 자가 아니라.....그 고통가운데서 저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확증된 사랑을 경험하게 하소서. 그 고통안에서 나를 보호하시기 위해 넓은 손을 펴시고 나를 향해 달려오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소서."...

 

이 기도를 마친 후에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셨다.

"내가 너에게 할 다음 질문을 통해....고통에 대한 너의 반응을 이제..한 단계 진보시키겠다. 이제 고통이 너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네가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 보아라.

나의 사랑하는 종 바울을 생각해보아라. 그는 나를 위해 고통을 단지 견뎌낸 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통을 선택한 자였다. 그는 나를 위해 풍부함 대신 빈곤을 선택하였고, 나를 위해 자신의 학식과 명예가 아닌 채찍과 비난을 선택했다. 그는 자유로울 수 있는 자였지만 감옥의 불편함을 선택했다.

여기 고통을 선택하며 나를 위해 살아가는 자들이 있는데....너 역시 이들처럼..단지 고통을 견뎌내는 자가 아니라 나를 위해 기꺼이 고통을 선택하는 자가 될 수 있겠는냐?"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하나님의 질문은 나에게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는 하나의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고통이란...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암선고와 같은 것이고,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고통사고로 인한 육체적 상처와 같은 것이고...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고통은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하는...... 믿음을 갖고 인내하고 견뎌내야 하는 대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질문은 고통에 대한 나의 관점을 한 단계 끌어올리시는 본질적인 것이었다.

하나님은 나에게 고통에 대해 더 진보된 반응을 원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위해 고통을 선택하는 결단의 모습이었다.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데..기꺼이 하나님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감옥의 불편함을 선택하는 용기....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기꺼이 하나님을 위해 그분께 모든 영예를 올려드리고 자신은 낮아지는 자리를 선택하는 것......비난과 멸시를 거절할 수도 있는데 기꺼이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핍박받는 것을 선택하는 담대함 같은 것......그래서 하나님을 위해 기꺼이 나 자신의 욕구와 계획과 소망을  부인하고 포기하는..고통을 향해 걸어가고, 고통안에서 머무를 수 있는 두려움없는 용기와 같은 것이다.

 

하나님은 고통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순응할 수 있는 모습을 가꿔가신다..그런데..바로 그 이유는 우리가 자발적이고 자자원하는 모습으로 하나님을 위해 기꺼이 나 자신을 포기하고, 기쁨으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고통을 선택하는.... 더 성숙된 우리의 모습을 원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고통에 순응하는 것을 통해......하나님을 위해 고통을 선택하는 결단을 향해 나갈 수 있다.

 

순응에서 결단으로 나가는 반응...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꿈꾸시는.... 고통에 대해 진보된 우리의 반응이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면서....나는 생각했다.

"하나님은 어쩔 수 없이 부르심에 응답하고 순응하는 힘없는 군사가 아닌...자발적이며, 자원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군대에 소속되기를 선택한 결단과 용기있는 자들로 그 분의 군대가 가득채워지길 원하신다는 것을...."

 

자 이제 나는 하나님을 위해 기꺼이 나 자신을 부인하고 포기하는 고통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수동적으로 움직여지는 자가 아닌 결단의 기쁨으로 움지이는 자가 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측량할 수 없는 사랑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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