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이었다.
나는 새벽에 잠을 깼다.
그리고..
덮쳐오는 강한 졸음의 유혹을 물리치며...
"새벽을 깨워 하나님을 만나리라.."라는..
내 무의식속 영혼의 간절한 바램을 따라....
새벽기도실로 향했다.
항상 그렇지만...
서른명 남짓되는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마쳐지자...
자유롭게 기도하고 돌아가라는 목사님의 마지막 멘트와 함께...
전등불이 하나둘씩 소멸됐다.
조곤조곤 속삭이는 사람들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기도실은 조용했다.
그러나...그 조용함이 때때로 나의 기도를 방해하곤 한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기도할 때...
생각을 집중시킨다는 조용한 침묵 기도는...
오히려 나를 달콤한 잠에 다시 빠뜨려..
하나님과의 대화를 중단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큰 소리로 부르짖으며...기도할 때...
하나님과의 만남을 갈망하는 내 영혼이 다시 깨어났다.
나의 부르짖음의 소리가...
결국 나의 잠자는 영혼을 깨웠던 것이다.
쩌렁쩌렁 벽을 둟는 명쾌한 소리가..기도실 전체를 흔들어
많은 영혼들을 깨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도했다.
조용히 기도하는 사람들을 방해하면 어쩌나 하는...두려워하는 마음보다..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는 갈망이..
내 영혼에 더욱 강하게 차올랐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그렇게...한시간 삼십분이 흘렀다.
하나님 앞에서의 기도를 통해... 나의 영혼은 기쁨을 얻었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집으로 사라진...
텅비어 있는 기도실을 등지고 나오려는데...
어둠속...저쪽 구석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빛이 없는 어둠속에서...
낮선 남자와 텅 비어 있는 공간에 있는 것이..
나의 마음을 두렵게 했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입을 열었다.
"자매님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네? 무...슨...일...로..."
"자매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네....그럼 말씀하세요.."
나는 다소 두려움가운데서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는 가라앉은 음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일년 전...그는...
발과 손에 감각을 잃고 피부에 이상한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가보았다고 했다.
진잔 결과는 한센병...
일명 나병이라고도 불리고 문둥병이라고도 불리는 병이다.
요즘에는 의학이 많이 발달하여...치료를 하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병원을 다녀보았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그의 증상은 더 심화되었다고 했다.
발과 손가락과 잇몸이 뭉개지는 형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로부터도 버림을 받았는지....
일년동안 돈을 다 탕진하고..
이제 더 이상 머물곳도 없다고 했다.
돈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그에겐 단 하나의 소망이 있었는데..
소록도에 있는 국립병원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곳은 한센병자를 공짜로 치료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마지막 희망을 갖고 그곳으로 향하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그곳까지 가는 비용이 그에게 없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희망이 있는 곳이 어딘지를 알고 있지만....
그 곳에 이를 비용이 없어서 절망하고 거리를 방황하는데...
마침...새벽에 켜져있는 십자가의불빛을 보고..
기도실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가 기도실에 들어왔을 때는 목사님이 예빼를 인도하는 중이었기에...
함께 예배를 드렸고....
답답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아 기도하는데...
나의 부르짖는 기도의 소리가 그의 마음에 담겨져....
나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도움을 요청하고자 하는 생각이 그에게 떠올랐다고 했다..
그래서....그렇게 어둠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펼쳐진 상황속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인지 알수 없었다.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그에게 함께 기도를 해보자고 했다...
그를 위해 기도하는데...
그의 영혼의 고통이 느껴져서 울음이 나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거절받은 마음의 상처와...
살 소망마저 사라지게 하는... 육체의 상함...
외로움속에 철저히 버려진 영혼의 아픔이 느껴졌다.
나는 그애개... 잠시동안 기도실에서 기도하며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를 어둠속에 남겨둔체로 집으로 왔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다시 여쭈어봐야 할 것 같아서 였다.
침대에 머리를 묻고 엎드려 기도를 했다.
하나님이 그를 향해 가지고 계신 사랑과 은혜에 눈물이 나왔다.
그에게는 고통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목적을 가지고 계셨다.
그와 동일한 아픔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을 축복하기 원하는..
그를 향한 하나님의 소원함과 목적이 있었다.
지금의 고통은 그에게 살아있는 미래와 소망을 주시려는 하나님의 간절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은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과정이었다.
하나님께서 조용히 내안에 말씀하셨다.
"그를 도와라..내가 그를 너에게 보내었다.
그에게 성경책을 함께주고..그가 그곳에 갈 수 있는 비용을 주어라."
나는 기도를 마치고 남편의 지갑과 나의 지갑을 다 뒤져보았다.
이만원정도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기 저기를 다 뒤져서 살펴보니...
천원짜리까지 합해서...사만원이 나왔다.
사만원을 봉투에 가지런히 넣고...
내가 사용하는 성경책 사이에 끼어 넣었다...
마침..집을 나서려는데...
남편이 새벽 목요 성경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남편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남편이 그 사람에게 기도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나와 함께 집을 나와 기도실에 갔다.
어둠속....
가장 어두운 곳에서 숨어서 기도하는 그가 보였다.
우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먼저 남편이 그의 옆에 앉아...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필요한 하나님의 말씀과..비용을 손에 쥐어 주었다.
"더 많이 드리고 싶었는데...
저희에게 지금 있는 돈이 그것밖에 안되네요...
새벽이라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도 없고 해서...."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이 돈은 저에게 너무 가치 있고 충분한 것입니다.
이제 이것으로 저는 소록도에 갈 수 있어요.. 넘 감사드려요...
저를 잊지 말아주시고, 항상 저의 병이 빨리 치유될 수 잇도록 하나님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그렇게 할께요..하나님이 당신의 발걸음을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했다.
그는 어두운 기도실을 나가.....
환한 새벽빛이 비추는 거리로 나갔다.
마치 어두운 상함과 절망의 자리를 떠나...
희망과 소망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나그네처럼....
깊은 절망과 고통의 시간을 지내고...
축복의 통로로 들어가는 희망에 부푼 사람처럼.....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그를 너희에게 보냈다.
내가 그에게 ....
이곳으로 오면...
나의 신실한 종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너의 사정을 말하면...
그들이 나의 마음과 사랑으로 너를 보살필 것이다..라고...말해주었다.
너희가 잘 하였구나...
너희가 마음이 상한자의 마음을 치료하였구나...
내가 너희를 믿었고,
그리고..너희는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신뢰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것보다 더한 칭찬이 어디있겠는가?
구 분이 우리를 믿고 계시다니...
그것보다 더한 보상이 어디있겠는가?
그 환자가 우리에게 도움을 받으러 온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그를 도운 것도 아니었다.
그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시기 원하셨던 것이다.
그리고...그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우리를 지키고 계심을 깨닫게 한 것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무나 뜻밖이고..너무나 낯선 만남에 당황할 때가 있다.
그리고 어떤 만남은..
우리를 두렵게 하여...
그 두려움속에서...우리의 본질과 대면하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와의 만남이 내겐 그랬다.
낯설고 위험하게 보이는 그가 내게 다가올 때...
나의 마음은 두가지의 생각으로 차 었다.
한편으로 그를 거절하고 멀리하여...
그로부터 전염될지 모르는 위험한 병으로 부터 나를 구해내려는 생각이다.
그것은 새로운 관계를 확장시키려는 사랑의 마음이 부재된 결정이다.
만약, 내가 그를 거절한다면....그와의 관계를 단절한체...
나의 세계만을..나의 육체만을 보호하려는 목적가운데.....
그를 향한 차가운 거절과 방어벽만이 내게 남겨질것이다.
그것은 정욕을 바탕으로 한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마음에 떠오른 또 다른 생각은...
내 자신의 영역과 그의 영역을 기꺼이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와의 낯설지만 새로운 만남과 관계를 통해 서로를 자라가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고통의 영역을 이해하는 기회를 얻음으로서 하나님의 마음을 향해 성장해가고...
그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보임을 통해..그 역시 하나님의 따뜻함과 보살핌안으로 자랄 수 있도록 통로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생각이다.
나는 이 두가지의 선택가운데...
내 자신의 정욕을 선택하기보다...사랑을 선택했다.
모험으로 사는 새오운 세상을 경험하며..내 자신을 기꺼이 성장시키려 했을 때....
배 안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생명으로 인해...
상처입고 고통받은 영혼이 따뜻한 쉼을 얻을 수 있도록...
내 자신의 영역을 기꺼이 허물어 뜨렸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를 허물었을 때...나의 정욕을 기꺼이 깨뜨려 버렀을 때...
나는 확장된 나를 바라보면...
또한 따뜻함으로 만족된 그를 바라보며....영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하나님이 계셨다.
하나님의 위로와 신뢰와 칭잔이 있었다..
누가....그런 사람을 이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붙들겠는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만남이 너무도 많은데...
위는 우리의 유익에 손해될까하며...우리가 성장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너무 쉽게 묵살시킨다.
우리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이 하나님의 사랑을 거절할 때...
이 세상은 고통과 상처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꺼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타인을 성장시키기 위한 사랑가운데..우리의 관계를 확장시키고 세워간다면...
우리는 이땅 가득한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그날 아침...
나에게 아주 특별한 만남을 허락하셨는데....
그것은 나의 마음을 시험하고...
그를 통해 기쁨을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예비된 만남이었던 것이다.
내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어...하나님을 바라볼 때...
우리는 자신을 확장하는 모험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고...
또한 타인의 삶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축복의 통로로 사용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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