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어느 가을날..
그날은.. 이상하게 ...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전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여느때와는 달리...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엄마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다른 사람들의 호들갑스러움과 웅성거림 속에서도
아주 침착하게..
제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은숙아..지금 집에 올 수 있으면...될 수 있는대로 빨리 집에 오너라."
"왜? 무슨일 있어요? 다른 사람들 소리도 들리는데?"
"아니야..집에 오면 알려줄께..
선생님한테 지금 말씀드리고, 빨리 와라.."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후에,
나의 가슴은 왜이리도 쿵쾅거리던지..
예기치 못한 불길한 일이 일어나버린 것 같은 초조함으로...
나는 곧장 교무실로가서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속에서..
몇몇 사람들의 슬픈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집으로 뛰어들어 갔습니다.
엄마는 나의 모습을 보자...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셨어...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가셨으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엄마의 모습은 이상하리마치..
차분하고 평안해 보였습니다.
엄마는 눈물을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고통의 순간에 흔들리거나 동요되지 않는..
엄마의 그 평안과 담대함과 강함은 ..
하나님께서 아빠를 데리고 가셨다는...
믿음의 확신가운데서 오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것들처럼 보였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자..
저 역시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빠의 죽음을 평안으로 마주 대하시는 엄마의 모습때문에..
나의 마음 역시 평안함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예기치 못한 아빠의 죽음이..
내게는 믿기지 않는 사실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해 드리고 싶은 일들이 많이 남았는데...
아직 한번도 제대로 효도해보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신 것이..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 남매들은..
아빠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남편을 잃었습니다.
우리 엄마에게 있어..
아빠를 잃어버린 자식들을 홀로....키워야 한다는 것은...
비워진 아빠의 자리를 메꿔주기 위해...
훨씬 많은 고난과 어려움에 부딪혀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사랑과 헌신으로..
자녀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있어서....
엄마가 홀로 있다는 것은...
엄마의 마음을 채워왔던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드려야 하기에...
많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수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축복이기도 했습니다.
엄마는...아빠의 죽음이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 주셨고,
그리고..
우리 4남매 역시..
엄마에게 좋은 딸과 아들의 모습으로 자라나..
각기의 가정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들을...
문득문득 마음에 떠올리곤 합니다.
왜냐면..
아빠의 죽음은..
지금은 많이 늙으시고 약해지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 계신...
엄마의 생명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아빠를 갑자기 잃어버림으로 인해..
또한...
아빠에게 더 잘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으로 인해...복받쳤던..
내 안의 깊은 후회의 상처가...
지금은...
여전히 우리곁에 살아계신 엄마를 위한..
더 깊은 헌신과 사랑과 효심을..
내 마음안에깊이 세워주기 때문입니다.
남겨진 자식들을 키우고 성장시키기 위해...
험난한 세상과 홀로 싸워오신 엄마를 위해..
나는 오늘도...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봅니다.
그리고...
십오년전에...
가장 소중한 남편을 빼앗겼음에도..
오직 믿음으로...
강인함과 평안함을 유지하시며 삶을 달려오셨던
엄마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며..
오늘도 엄마에게서 귀한 교훈을 발견합니다.
제 삶에서...
우리엄마같은...따뜻하고 헌신된 엄마를 만날 수 잇었던 것은...
정말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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